노후 어선 배전시설 정비 지원된다

뉴스 클립 VOD

할머니가 그린 '폭싹 속았수다'

네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로 제주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폭싹 속은 일생을 보냈던 할머니들의 특별한 일상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중산간 한 마을에서 그림을 그리는 특별한 할머니들인데요. 평생 밭을 일구던 손으로 붓을 들고, 캔버스 위에 제주의 삶과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안수경 기잡니다. (리포트) 아이를 안고 우영팟 한가운데 서 있는 애순과 관식. 사랑의 결실을 맺은 두 사람 주변을 활짝 핀 꽃과 열매가 따스하게 감싸 안았습니다. "어른들 때문에 가슴에 눈비가 쌓였는데, 이제야 봄이왔네. 얘들이 하는거 내가 적었지." 평균 나이 87세. 농부에서 화가가 된 할머니들이 그린 작품들입니다. 최근 화제를 모은 제주 배경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의 삶과 닮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겨, 서울에서 전시도 마쳤습니다. 김아랑/ 부산광역시 남구 "행복해 보이시고, 작품 하시는 게 멋있고요. 드라마 같이 봐서 한 장면 한 장면 어떤 내용인지도 알겠고, 너무 감동적으로 감상했습니다." 중산간 작은 마을의 할머니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불과 4년 전. 팔순을 넘긴 나이에 시작한 그림은 인생의 새로운 의미와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박인수/ 무화과할망 "처음엔 아무것도 못하다가 그려가니까 '아, 나도 이제 배우면 그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을 가져요. 같이 할머니들과 그리면 너무 즐거워요."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작업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경로당과 집 한 켠에서 시작한 그림 그리기를 이젠 마을의 한 창고를 개조한 작업실에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최소연/ (사)소셜뮤지엄 이사장 "언제든 시민들이 금, 토, 일에는 방문하셔서 저희의 창작 과정을 공유하실 수 있고요. 할머니들과 같이 대화도 나누실 수 있고, 소통하면서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서 그림의 세계가 조금 더 확장되길 기대하는..." 다음 달 2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에선 그림 그리는 할머니들의 삶과 기억을 담은 신작 90여 점이 매주 새롭게 공개될 예정입니다. JIBS 안수경입니다. 영상취재 오일령

이역만리 제주에서 "기억을 기록하다"

JIBS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하와이에 있었던 포로수용소에 대해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강제징용됐다가 미군에 붙잡힌 한국인, 이중엔 제주도민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하와이 연구진들이 이역만리 제주를 찾아 당시 후손들을 만나며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김동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계적 관광지인 하와이. 하와이 오아후섬 깊은 계곡에 숨겨진 공간을 찾아갔습니다. 지금은 부지만 남았지만, 태평양 최대 규모 포로 수용소인 호노울리울리가 있던 자리입니다. 제이 스테데반트/미국 국립 유적지 자원 부서 책임자 "첫번째 수용소는 호놀룰루 항구와 가까운 샌드아일랜드에 있었습니다. 이 수용소는 샌드아일랜드에 감금된 모든 수용자들과 태평양에서 데려온 전쟁 포로들을 옮기기 위해 1943년 지어졌습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붙잡힌 생존자들이 머물던 곳으로, 한국인이 2천7백명이넘어 가장 많았습니다. 이중에는 제주도민도 16명이 확인됐습니다.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이 태평양 여러 섬에서 강제노역을 했기 때문입니다. 한양자/ 타라와 생존자 故한공섭 딸 "다 죽은 것으로 알았는데, 아버지가 깨보니까 병원인데, 어디냐 하니까 하와이..." 하지만 이 역사는 오랜 세월 속에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와이 연구진들이 이역만리 제주를 방문해 유족 조사를 벌이는 이유입니다. 메리 유 다니코 / 하와이대학 구술사 사회과학센터 교수 "우리에게는 2천7백명의 한국인 포로 명단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저 이름일 뿐이죠. 하지만 우리가 그들이 돌아온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그 이름은 더 이상 이름이나 숫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사람이 됩니다" 연구진들은 일제 강점기 이후, 곧바로 이어진 제주 4·3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공동체가 회복하는 과정, 그 속에 기억을 담아내는 기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메리 유 다니코 / 하와이대학 구술사 사회과학센터 교수 "이것은 또 회복력이고 보존입니다. 우리는 기억, 역사, 삶의 방식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는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계속 싸울 것입니다" 오랜 세월 속 사람은 사라지고, 기억은 소멸됩니다. 세대를 연결하는 기록의 중요성. 여전히 무관심한 제주에 많은 부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JIBS 김동은입니다. 영상취재 윤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