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주4·3 당시 행방불명 된 가족을 찾는 것은 남겨진 유족들에겐 마지막 희망일 텐데요.
정부가 대규모 위령시설을 건설하며 발굴된 유해를 모두 화장하는 계획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4·3 유족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효형 기잡니다.
(리포트)
한국전쟁 시기 대전 형무소 등에 있던 수천여 명이 집단 학살된 대전 골령골.
암매장 구덩이만 1킬로미터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립니다.
당시 대전형무소에는 제주 4·3 당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4·3 수형인도 상당수였습니다.
지난 2023년에는 이곳에서 수습된 유해 가운데 처음으로 4·3 희생자 신원이 확인돼 제주로 봉환되기도 했습니다.
백여옥 /故 김한홍 며느리 (지난 2023년 10월 5일)
"이런 즐거운 것을 봤으면 아빠(남편이) 얼마나 기뻐할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눈물이 나고, 피눈물이 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유해 송환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이곳에 580여억 원을 들여 오는 2027년까지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위령 시설을 추진 중인데,
시설이 완공되면 그동안 발굴된 4,000여 구의 유해를 일괄 화장하고 합동으로 제사를 지낼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4·3 유족들은 골령골에 4·3 희생자가 상당하지만,
집단 화장으로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고은봉 / 제주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영남위원회 운영위원
"수십 년 동안 70년 이상의 세월을 유골 한 장 한 장 모셔놓고 이제 와서 결국 한다는 소리가 한꺼번에 합쳐서 화장해서 합사하겠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양성주 /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
"신원 조회가 이뤄지더라도 그 유해 한 줌도 이제 가져올 수 없는 상황이 되잖아요. 너무 서글프지 않습니까? 자신의 부모를 찾겠다고 이제 거의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데"
또 4·3 특별법에 따라 유해 발굴과 수습은 4·3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다른 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와 연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창범 /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계속해서 이 상황과 관련해 (문제 제기에) 찬성하고 있는 유족 단체들과 연대해 정부에 강력히 문제 제기를 하겠습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현재 진행 중인 설계 용역에 유족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일괄 화장과 합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4·3 당시 다른 지역 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된 수형인은 1,800여 명.
제주자치도에서도 이와 관련해 행안부와 협의에 나서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JIBS 이효형입니다.
영상취재 고승한
JIBS 제주방송 이효형(getstarted@hanmail.net) 고승한(q890620@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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