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제주서 찍은 동백꽃 인생샷, 제주동백이 아니라고요?"
11월 즈음부터 12월까지 찍는 동백꽃 사진은 개량종인 '애기동백'입니다.
SNS 등에서 알려진 동백사진 '핫플레이스'는 거의 모두 이 애기동백과 관련된 곳입니다.
애기동백은 일본 특산종인데 제주에는 50년 전 쯤부터 보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무가 10년이 지나야 꽃이 피는 토종동백과 달리 애기동백나무는 4~5년 정도만 지나도 꽃이 피고 재배도 비교적 쉬워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개량종이라 꽃도 더 크고 화려해 눈길을 쉽게 끌었죠.
애기동백과 토종동백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11월~12월에 정점을 찍는 애기동백과 달리 토종동백은 1월은 돼야 꽃이 핍니다.
또 애기동백은 진분홍 꽃잎이 활짝 펼쳐져 있는데, 토종동백은 속살을 활짝 드러내지 않고 붉게 반 쯤 핀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꽃이 질 때의 모습입니다.
애기동백은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지만, 토종동백은 봉오리째 툭 떨어져 꽃이 떨어진 바닥 모양이 다릅니다.
이밖에 애기동백은 토종동백과 달리 동백기름이 나지 않습니다.
■ "그렇다면 제주 토종동백은 좀 다른가요?"
애기동백과의 차이는 앞서 설명 드렸지만, 개량종이 아닌 관점에서 본다면 제주나 남해안 등 다른 지역이나 동백은 비슷합니다.
다만 그 안에서도 제주 동백이 다른 몇 가지는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제주는 한라산 등의 영향으로 바다에서부터 육상에서의 높이 차이가 큽니다.
제주에서의 동백은 개량종이 아니라도 워낙 수가 많고, 바닷가에서부터 해발 700m 고지까지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주의 동백은 꽃의 크기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하고, 빨리 피는 것부터 늦게 피는 것까지 시기도 다양합니다.
식물학에서는 변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꽃이 피는 시기와 크기가 좀 다양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여기에 그 규모도 엄청납니다.
보통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국내 최대 동백꽃 군락지'라고 하는 표현을 심심찮게 쓰는데, 제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찬수 (사)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다른 지역에서 쓰는 '국내 최대'라는 표현은 '제주를 제외한'이라는 말이 앞에 생략된 것"이라며 "제주랑 비교하면 게임이 안된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제주에서 토종 동백꽃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는 한라산 둘레길을 꼽는다고 합니다.
수도 많지만 동백은 제주와도 그 인연이 깊습니다.
우선 동백나무는 기름이나 목재의 활용도가 높습니다.
동백기름은 윤기가 오래 이어지고 때도 잘 끼지 않아 옛날부터 머릿기름으로 인기가 많았고, 임금님께 진상까지 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피부 개선 효능으로 여전히 주목 받고 있습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동백동산의 예를 들면 상수도 보급 전까지 주민들은 동백동산 습지에서 마실 물을 얻고, 빨래하며 말과 소를 기르며 살아왔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놀이터가 됐죠.
그런데 여기서 예로 든 동백동산의 경우 이름에는 '동백'이 들어가지만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동백과는 조금 다릅니다.
여타 다른 동백들이 사람 높이와 비슷한 곳에 꽃이 피는 것과는 달리 동백동산의 동백은 고개를 위로 크게 올려다봐야만 조금 보일 정도입니다.
나무 끝에 간신히 걸쳐져 있는 정도고 오히려 주변 길가에서 동백들을 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동백동산이 곶자왈에 있는데다 지난 1971년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되면서 특별히 보호받아 쉽사리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동백기름 등을 얻어야 해 많은 꽃을 필요로 했고 햇빛이 잘 들어오도록 나무에 대한 관리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보호구역으로 정해져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하다보니 그 사이에 주변의 구실잣밤나무 등 다른 나무들이 덮어버렸죠.
그래서 동백동산의 동백나무들은 성장이 늦어졌고, 햇빛을 받기 어려워 위로 향하다 보니 키는 커지고 꽃을 피울 여력은 떨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 처절한 핏빛의 역사.. 그것을 지켜본 제주의 동백
다시 돌아와 동백꽃은 제주와 관련이 깊습니다.
여기서의 깊다는 정도는 보통 깊은 수준이 아닙니다.
동백은 제주를 넘어 우리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인 제주 4·3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선흘리 동백동산의 예를 들자면, 동백동산에 있는 동백동산습지센터에서 10분 정도 들어가면 여러 굴들을 볼 수 있는데, 이 굴들은 4·3당시 마을 주민들이 피신했던 은신처입니다.
1948년 11월 25일, 이곳에 피신해 있던 마을 주민 한 명이 물을 길러 나갔다가 수색대에 발각돼 피신해 있던 주민 25명 가운데 18명이 현장에서 총살 당하고 나머지는 모진 고문을 당했습니다.
또 다른 굴에 주민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도 발각돼 다음 날인 11월 26일 아침, 숨어있던 150명 가운데 부녀자와 아이를 포함한 4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핏빛 붉은 동백꽃이 핀 동백동산에서 제주 4·3의 비극이 벌어졌지만, 동백꽃 자체가 4·3을 상징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지난 1992년 강요배 화백이 발표한 '동백꽃 지다'라는 그림이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은 수직으로 흘러내리는 검은색과 초록색 사이로 붉은 핏빛의 동백꽃이 처연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물가에서도 붉은 동백의 슬픔이 묻어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토종동백은 꽃송이 그대로 툭 떨어집니다.
이 모습이 4·3 당시 스러져간 사람들을 연상시켜 그 처절함의 표현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 제주 4·3의 상징 '동백꽃'.. "가슴에 달아주세요"
제주도민들을 보면 심심찮게 옷이나 가방 등에 '동백꽃 배지'를 단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가방에 항상 동백꽃 배지를 달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제주도민 가운데 이 동백꽃 배지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동백꽃 배지가 널리 퍼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8년은 제주 4·3이 7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70주년에 대해 제주자치도는 상당한 의미를 부였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바로 4·3의 전국화와 대중화였습니다.
화해와 상생의 정신은 비단 제주에만 머물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고 본 것인데, '방법'이 고민이었습니다.
그렇게 고안된 것이 바로 '배지 달기'였고, 4·3의 상징인 동백꽃이 활용됐습니다.
4·3 배지는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바로 일반 배지와 도자기 배지입니다.
일반 배지는 박경훈 화백이 10년 전에 만든 동백꽃 디자인이 활용됐고, 다량으로 만들어져 빠르게 보급됐습니다.
도자기 배지의 경우 김영훈 작가의 디자인인데,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만들어지는거라 당시에도 구하기 힘들었고, 지금은 생산되지 않아 공식적으로 구할 방법은 없습니다.
어쨌든 이 4·3 배지 달기 운동에는 연예인들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릴레이 운동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4·3의 상징은 동백이라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크게 퍼졌고, 동백꽃 배지는 도민들에게는 일상 아이템이 됐으니까요.
그리고 4·3 추념식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 역시 착용했고, 올해 74주년 추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는데, 이 때 가슴에도 동백꽃 배지가 착용됐습니다.
이런 영향 등으로 지금 제주에서는 4·3 추모기간이 아니더라도 배지를 달고 있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4·3의 영향인지 제주의 상징물이 동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실 제주를 상징하는 꽃은 참꽃이고 나무는 녹나무입니다.
동백꽃을 상징으로 쓰는 지방자치단체는 부산광역시, 전라남도, 여수시 등이 있습니다.
끝으로 이 글을 읽은 뒤 제주를 찾는 분이 있다면, 즐겁게 동백꽃에서 사진을 남기고 동백꽃 배지를 한 편에 달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붉디 붉은 제주의 동백이 1년 내내 필 수 있도록 말이죠.
JIBS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애기동백
■ "제주서 찍은 동백꽃 인생샷, 제주동백이 아니라고요?"
11월 즈음부터 12월까지 찍는 동백꽃 사진은 개량종인 '애기동백'입니다.
SNS 등에서 알려진 동백사진 '핫플레이스'는 거의 모두 이 애기동백과 관련된 곳입니다.
애기동백은 일본 특산종인데 제주에는 50년 전 쯤부터 보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무가 10년이 지나야 꽃이 피는 토종동백과 달리 애기동백나무는 4~5년 정도만 지나도 꽃이 피고 재배도 비교적 쉬워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개량종이라 꽃도 더 크고 화려해 눈길을 쉽게 끌었죠.
애기동백과 토종동백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11월~12월에 정점을 찍는 애기동백과 달리 토종동백은 1월은 돼야 꽃이 핍니다.
또 애기동백은 진분홍 꽃잎이 활짝 펼쳐져 있는데, 토종동백은 속살을 활짝 드러내지 않고 붉게 반 쯤 핀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꽃이 질 때의 모습입니다.
애기동백은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지만, 토종동백은 봉오리째 툭 떨어져 꽃이 떨어진 바닥 모양이 다릅니다.
이밖에 애기동백은 토종동백과 달리 동백기름이 나지 않습니다.

동백동산의 토종동백 (사진, 비짓제주)
■ "그렇다면 제주 토종동백은 좀 다른가요?"
애기동백과의 차이는 앞서 설명 드렸지만, 개량종이 아닌 관점에서 본다면 제주나 남해안 등 다른 지역이나 동백은 비슷합니다.
다만 그 안에서도 제주 동백이 다른 몇 가지는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제주는 한라산 등의 영향으로 바다에서부터 육상에서의 높이 차이가 큽니다.
제주에서의 동백은 개량종이 아니라도 워낙 수가 많고, 바닷가에서부터 해발 700m 고지까지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주의 동백은 꽃의 크기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하고, 빨리 피는 것부터 늦게 피는 것까지 시기도 다양합니다.
식물학에서는 변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꽃이 피는 시기와 크기가 좀 다양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여기에 그 규모도 엄청납니다.
보통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국내 최대 동백꽃 군락지'라고 하는 표현을 심심찮게 쓰는데, 제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찬수 (사)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다른 지역에서 쓰는 '국내 최대'라는 표현은 '제주를 제외한'이라는 말이 앞에 생략된 것"이라며 "제주랑 비교하면 게임이 안된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제주에서 토종 동백꽃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는 한라산 둘레길을 꼽는다고 합니다.
수도 많지만 동백은 제주와도 그 인연이 깊습니다.
우선 동백나무는 기름이나 목재의 활용도가 높습니다.
동백기름은 윤기가 오래 이어지고 때도 잘 끼지 않아 옛날부터 머릿기름으로 인기가 많았고, 임금님께 진상까지 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피부 개선 효능으로 여전히 주목 받고 있습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동백동산의 예를 들면 상수도 보급 전까지 주민들은 동백동산 습지에서 마실 물을 얻고, 빨래하며 말과 소를 기르며 살아왔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놀이터가 됐죠.
그런데 여기서 예로 든 동백동산의 경우 이름에는 '동백'이 들어가지만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동백과는 조금 다릅니다.
여타 다른 동백들이 사람 높이와 비슷한 곳에 꽃이 피는 것과는 달리 동백동산의 동백은 고개를 위로 크게 올려다봐야만 조금 보일 정도입니다.
나무 끝에 간신히 걸쳐져 있는 정도고 오히려 주변 길가에서 동백들을 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동백동산이 곶자왈에 있는데다 지난 1971년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되면서 특별히 보호받아 쉽사리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동백기름 등을 얻어야 해 많은 꽃을 필요로 했고 햇빛이 잘 들어오도록 나무에 대한 관리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보호구역으로 정해져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하다보니 그 사이에 주변의 구실잣밤나무 등 다른 나무들이 덮어버렸죠.
그래서 동백동산의 동백나무들은 성장이 늦어졌고, 햇빛을 받기 어려워 위로 향하다 보니 키는 커지고 꽃을 피울 여력은 떨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강요배 作 '동백꽃 지다' (사진, 학고재 갤러리)
■ 처절한 핏빛의 역사.. 그것을 지켜본 제주의 동백
다시 돌아와 동백꽃은 제주와 관련이 깊습니다.
여기서의 깊다는 정도는 보통 깊은 수준이 아닙니다.
동백은 제주를 넘어 우리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인 제주 4·3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선흘리 동백동산의 예를 들자면, 동백동산에 있는 동백동산습지센터에서 10분 정도 들어가면 여러 굴들을 볼 수 있는데, 이 굴들은 4·3당시 마을 주민들이 피신했던 은신처입니다.
1948년 11월 25일, 이곳에 피신해 있던 마을 주민 한 명이 물을 길러 나갔다가 수색대에 발각돼 피신해 있던 주민 25명 가운데 18명이 현장에서 총살 당하고 나머지는 모진 고문을 당했습니다.
또 다른 굴에 주민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도 발각돼 다음 날인 11월 26일 아침, 숨어있던 150명 가운데 부녀자와 아이를 포함한 4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핏빛 붉은 동백꽃이 핀 동백동산에서 제주 4·3의 비극이 벌어졌지만, 동백꽃 자체가 4·3을 상징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지난 1992년 강요배 화백이 발표한 '동백꽃 지다'라는 그림이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은 수직으로 흘러내리는 검은색과 초록색 사이로 붉은 핏빛의 동백꽃이 처연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물가에서도 붉은 동백의 슬픔이 묻어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토종동백은 꽃송이 그대로 툭 떨어집니다.
이 모습이 4·3 당시 스러져간 사람들을 연상시켜 그 처절함의 표현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동백꽃 배지, 사진 오른쪽의 도자기 배지는 지금은 구하기 어렵다
■ 제주 4·3의 상징 '동백꽃'.. "가슴에 달아주세요"
제주도민들을 보면 심심찮게 옷이나 가방 등에 '동백꽃 배지'를 단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가방에 항상 동백꽃 배지를 달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제주도민 가운데 이 동백꽃 배지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동백꽃 배지가 널리 퍼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8년은 제주 4·3이 7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70주년에 대해 제주자치도는 상당한 의미를 부였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바로 4·3의 전국화와 대중화였습니다.
화해와 상생의 정신은 비단 제주에만 머물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고 본 것인데, '방법'이 고민이었습니다.
그렇게 고안된 것이 바로 '배지 달기'였고, 4·3의 상징인 동백꽃이 활용됐습니다.
4·3 배지는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바로 일반 배지와 도자기 배지입니다.
일반 배지는 박경훈 화백이 10년 전에 만든 동백꽃 디자인이 활용됐고, 다량으로 만들어져 빠르게 보급됐습니다.
도자기 배지의 경우 김영훈 작가의 디자인인데,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만들어지는거라 당시에도 구하기 힘들었고, 지금은 생산되지 않아 공식적으로 구할 방법은 없습니다.
어쨌든 이 4·3 배지 달기 운동에는 연예인들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릴레이 운동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지난 2018년 제주4·3 70주년 당시 배우 정우성씨가 동백꽃 배지 달기 캠페인에 나선 모습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4·3의 상징은 동백이라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크게 퍼졌고, 동백꽃 배지는 도민들에게는 일상 아이템이 됐으니까요.
그리고 4·3 추념식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 역시 착용했고, 올해 74주년 추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는데, 이 때 가슴에도 동백꽃 배지가 착용됐습니다.
이런 영향 등으로 지금 제주에서는 4·3 추모기간이 아니더라도 배지를 달고 있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4·3의 영향인지 제주의 상징물이 동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실 제주를 상징하는 꽃은 참꽃이고 나무는 녹나무입니다.
동백꽃을 상징으로 쓰는 지방자치단체는 부산광역시, 전라남도, 여수시 등이 있습니다.
끝으로 이 글을 읽은 뒤 제주를 찾는 분이 있다면, 즐겁게 동백꽃에서 사진을 남기고 동백꽃 배지를 한 편에 달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붉디 붉은 제주의 동백이 1년 내내 필 수 있도록 말이죠.
JIBS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