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 견뎌냈지만...'20일 시한부' 안락사 내몰리는 유기동물
5천 마리 버려지고 절반이 안락사...가족 품 돌아가는 비율 5% 불과
유기.학대 처벌 강화 당연하지만, 유기동물 관리·지원 체계 마련 절실
밤산책까지 '종종' 서서히 회복하는 주홍이, 현재 상태는?
제주에서 주둥이와 앞 다리가 꽁꽁 묶인 처참한 상태로 발견된 강아지 '주홍이'.
다행히 자원봉사자들에게 발견돼 무사히 구조돼 현재는 임시보호처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데요.
서서히 상태를 회복해 가는 주홍이에게 새로운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 주홍이가 있는 임시호보처는 워낙 긴급한 상황에 임시로 구한 보호처이기 때문에 주홍이가 오래 머물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학대에서 살아남았지만, 당장 있을 공간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그래도 주홍이는 다른 유기동물에 비해서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언론을 통해 사연이 널리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어 새로운 보호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주홍이처럼 학대를 당하거나 유기된 동물들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20일 지나면 안락사 '시한부'
제주도 내 반려견은 약 9만 5,00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제주에는 제주동물위생시험소 산하 제주동물보호센터가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기동물 신고가 접수돼 제주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동물은 모두 개 4,809마리와 고양이 888마리 등 모두 5,697마리입니다.
이마저도 동물보호센터로 입소가 이뤄져 공식적으로 집계가 가능한 부분에 한정한 것이고, 사설 동물호보시설에서 보호하는 동물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동물호보센터에 들어온 동물 중 절반 가량이 보호자를 찾기 못해 안락사를 당하고 있습니다.
동물호보센터 내부 절차상 입소 이후 20일 정도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가 이뤄지는 것인데요.
지난해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반려동물 중 48.7% 정도인 2700여 마리가 안락사됐습니다.
전년도인 2020년에는 7,047마리가 입소해 4,000마리 가량이 안락사됐습니다.
동물들은 첫 열흘간은 원래 보호자를 기다리게 되고,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는 동물들은 다시 열흘간 새 보호자를 기다리게 됩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새로운 보호자와도 매칭되지 동물들은 동물호보법에 따라 안락사됩니다.
원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동물의 비율은 불과 5% 내외에 불과합니다.
유기·학대 피해 동물 관리 대책 강화 절실
반면, 이같은 유기동물 '처리' 시스템을 아는 동물보호단체와 사설 동물보호소는 절대로 동물보호센터에 동물들을 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주홍이를 보호했던 사설 동물보호소 한림쉼터의 이묘숙 소장은 "아무리 시설 운영이 힘들어도 절대로 애들을 동물보호센터에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안락사당할 미래가 뻔히 보이는 곳으로 강아지들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0여년전부터 유기동물을 돌봐온 이묘숙 소장은 "공적 지원이 전혀 없어 집까지 팔고 창고 같은 데에서 생활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며 "운영비가 부족해 저렴한 사료를 먹였더니 아이들이 설사를 했던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또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주홍이 학대 사건과 관련하여 오늘(15일) 강력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유기동물없는 제주네트워크의 김란영 대표도 한 목소리로 유기·학대 피해 동물에 관한 사후 관리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강화된 동물보호에 따라 처벌이 강력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유기 동물들에 대한 지원 체계 강화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김란영 대표는 "유기 동물에 대한 관리, 지원 체계가 전무하다"고 지적하면서 "동물학대 행위는 갈수록 만연하고 잔혹해지고 있고 주홍이 같은 아이들은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폭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대표는 또 "그러나 이에 대한 판결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거나 무혐의 처리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우리 법의 한계"라며, "법적 처벌 강화 등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실제 유기되거나 학대 피해를 당해 오갈 곳이 없는 동물에 대한 관리 체계 마련도 함께 선행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동물보호센터가 '보호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운영돼야 한다"라며, "현재처럼 동물들이 임시로 계류하는 식의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관련 법상 10일만 지나면 안락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제주동물보호센터의 경우 20일까지 유예기간을 두지만, 한꺼번에 많은 동물들이 입소하는 경우에는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양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재 시내와 먼 곳에 위치한 제주동물보호센터를 시내로 이전해 도민들의 관심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입양을 갔다가 다시 버려져 재입소하는 아이들도 많다"면서 "행정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후속관리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다만, 행정의 자원과 인력이 한정적인 만큼 행정이 시민단체들과 협업하면 더 수월하게 문제를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새 보호자 찾는 주홍이
한편, 이번에 구조된 강아지 주홍이는 발견 당시 유기견으로 추정됐으나, 알고 보니 바로 인접한 사설동물보호시설인 한림센터에서 보호를 받던 아이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홍이는 무슨 이유에선지 주둥이와 앞다리가 꽁꽁 결박된 상태였습니다.
한림센터 이묘숙 소장은 "평소 동물들에 관한 민원이 들어오는데 저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추측했습니다.
주홍이의 주둥이는 끈으로 묶여 있었고 그 위로 테이프까지 한번 더 감겨 있었습니다.
앞다리는 사람이 '열중쉬어' 자세를 한 것처럼 등 뒤로 꺾여 끈으로 묶인 상태였습니다.
결박이 너무나 강하게 되어 있어서 일반적인 칼로는 풀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강아지를 발견한 자원봉사자들은 부랴부랴 펜치를 가져온 끝에야 겨우 끈을 끊어낼 수 있었습니다.
주홍이는 해당 쉼터를 공동 운영하는 동물 단체를 통해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다행히 검사 결과 뼈와 근육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구조가 된 이후 주홍이는 임시보호처에서 서서히 상태를 회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구조 당일에는 물 외에 아무 것도 먹지 못했지만, 이튿날에는 사료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밤에는 구조된 이후 처음으로 산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한편, 주홍이를 보호하고 있는 쉼터는 주홍이의 새로운 임시보호처나 입양처를 찾고 있습니다.
주인을 잃고 학대를 당한 주홍이. 우리 주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홍이와 같은 아픔 사연을 가진 동물들이 수없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동물들이 버려지거나 학대를 당하는 사례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습니다.
강력한 법적 처벌이, 예방적 혹은 응보적 차원의 대책이라면, 실제 유기, 학대 피해 동물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바로 동물들에게 지원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고승한)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제주방송 고승한 (q890620@naver.com)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5천 마리 버려지고 절반이 안락사...가족 품 돌아가는 비율 5% 불과
유기.학대 처벌 강화 당연하지만, 유기동물 관리·지원 체계 마련 절실
밤산책까지 '종종' 서서히 회복하는 주홍이, 현재 상태는?
제주에서 주둥이와 앞 다리가 꽁꽁 묶인 처참한 상태로 발견된 강아지 '주홍이'.
다행히 자원봉사자들에게 발견돼 무사히 구조돼 현재는 임시보호처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데요.
서서히 상태를 회복해 가는 주홍이에게 새로운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 주홍이가 있는 임시호보처는 워낙 긴급한 상황에 임시로 구한 보호처이기 때문에 주홍이가 오래 머물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학대에서 살아남았지만, 당장 있을 공간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그래도 주홍이는 다른 유기동물에 비해서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언론을 통해 사연이 널리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어 새로운 보호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주홍이처럼 학대를 당하거나 유기된 동물들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20일 지나면 안락사 '시한부'
제주도 내 반려견은 약 9만 5,00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제주에는 제주동물위생시험소 산하 제주동물보호센터가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기동물 신고가 접수돼 제주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동물은 모두 개 4,809마리와 고양이 888마리 등 모두 5,697마리입니다.
이마저도 동물보호센터로 입소가 이뤄져 공식적으로 집계가 가능한 부분에 한정한 것이고, 사설 동물호보시설에서 보호하는 동물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동물호보센터에 들어온 동물 중 절반 가량이 보호자를 찾기 못해 안락사를 당하고 있습니다.
동물호보센터 내부 절차상 입소 이후 20일 정도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가 이뤄지는 것인데요.
지난해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반려동물 중 48.7% 정도인 2700여 마리가 안락사됐습니다.
전년도인 2020년에는 7,047마리가 입소해 4,000마리 가량이 안락사됐습니다.
동물들은 첫 열흘간은 원래 보호자를 기다리게 되고,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는 동물들은 다시 열흘간 새 보호자를 기다리게 됩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새로운 보호자와도 매칭되지 동물들은 동물호보법에 따라 안락사됩니다.
원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동물의 비율은 불과 5% 내외에 불과합니다.
유기·학대 피해 동물 관리 대책 강화 절실
반면, 이같은 유기동물 '처리' 시스템을 아는 동물보호단체와 사설 동물보호소는 절대로 동물보호센터에 동물들을 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주홍이를 보호했던 사설 동물보호소 한림쉼터의 이묘숙 소장은 "아무리 시설 운영이 힘들어도 절대로 애들을 동물보호센터에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안락사당할 미래가 뻔히 보이는 곳으로 강아지들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0여년전부터 유기동물을 돌봐온 이묘숙 소장은 "공적 지원이 전혀 없어 집까지 팔고 창고 같은 데에서 생활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며 "운영비가 부족해 저렴한 사료를 먹였더니 아이들이 설사를 했던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또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주홍이 학대 사건과 관련하여 오늘(15일) 강력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유기동물없는 제주네트워크의 김란영 대표도 한 목소리로 유기·학대 피해 동물에 관한 사후 관리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강화된 동물보호에 따라 처벌이 강력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유기 동물들에 대한 지원 체계 강화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김란영 대표는 "유기 동물에 대한 관리, 지원 체계가 전무하다"고 지적하면서 "동물학대 행위는 갈수록 만연하고 잔혹해지고 있고 주홍이 같은 아이들은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폭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대표는 또 "그러나 이에 대한 판결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거나 무혐의 처리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우리 법의 한계"라며, "법적 처벌 강화 등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실제 유기되거나 학대 피해를 당해 오갈 곳이 없는 동물에 대한 관리 체계 마련도 함께 선행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동물보호센터가 '보호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운영돼야 한다"라며, "현재처럼 동물들이 임시로 계류하는 식의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관련 법상 10일만 지나면 안락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제주동물보호센터의 경우 20일까지 유예기간을 두지만, 한꺼번에 많은 동물들이 입소하는 경우에는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양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재 시내와 먼 곳에 위치한 제주동물보호센터를 시내로 이전해 도민들의 관심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입양을 갔다가 다시 버려져 재입소하는 아이들도 많다"면서 "행정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후속관리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다만, 행정의 자원과 인력이 한정적인 만큼 행정이 시민단체들과 협업하면 더 수월하게 문제를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새 보호자 찾는 주홍이
한편, 이번에 구조된 강아지 주홍이는 발견 당시 유기견으로 추정됐으나, 알고 보니 바로 인접한 사설동물보호시설인 한림센터에서 보호를 받던 아이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홍이는 무슨 이유에선지 주둥이와 앞다리가 꽁꽁 결박된 상태였습니다.
한림센터 이묘숙 소장은 "평소 동물들에 관한 민원이 들어오는데 저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추측했습니다.
주홍이의 주둥이는 끈으로 묶여 있었고 그 위로 테이프까지 한번 더 감겨 있었습니다.
앞다리는 사람이 '열중쉬어' 자세를 한 것처럼 등 뒤로 꺾여 끈으로 묶인 상태였습니다.
결박이 너무나 강하게 되어 있어서 일반적인 칼로는 풀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강아지를 발견한 자원봉사자들은 부랴부랴 펜치를 가져온 끝에야 겨우 끈을 끊어낼 수 있었습니다.
주홍이는 해당 쉼터를 공동 운영하는 동물 단체를 통해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다행히 검사 결과 뼈와 근육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구조가 된 이후 주홍이는 임시보호처에서 서서히 상태를 회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구조 당일에는 물 외에 아무 것도 먹지 못했지만, 이튿날에는 사료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밤에는 구조된 이후 처음으로 산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한편, 주홍이를 보호하고 있는 쉼터는 주홍이의 새로운 임시보호처나 입양처를 찾고 있습니다.
주인을 잃고 학대를 당한 주홍이. 우리 주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홍이와 같은 아픔 사연을 가진 동물들이 수없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동물들이 버려지거나 학대를 당하는 사례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습니다.
강력한 법적 처벌이, 예방적 혹은 응보적 차원의 대책이라면, 실제 유기, 학대 피해 동물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바로 동물들에게 지원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고승한)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제주방송 고승한 (q890620@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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